때론, 궁금한 채로 남겨두는 것도 좋다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궁금한 일이 있다. 대개는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쓸쓸한 기억들이지만 궁금한 일은 궁금한 채로 남겨두는 일도 좋다. 궁금해서 더 나아진 부분도 있으니….
그녀가 중학생일 때 아버지는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전철을 탔다. 바닷가 종착역에 내린 아버지는 바다가 보이는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섰다.그녀와 남동생에게 식사를 주문해주고, 아버지는 소주만 한 병 시켜놓고 천천히 드셨다. 이따금 바다를 바라보는 아버진의 눈빛에는 쓸쓸함, 그릐움, 알 수 없는 슬픔 같은 것이 보였다.
그녀는 궁금했다. 아버지를 저렇게 쓸쓸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저 외로우셨던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가 많이 그리우셨던 것일까?
아버지 생전에 한 번은 물어보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쳤다. 궁금한 일은 끝내 궁금한 일로 남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더 자주 그립다.
이제는 물어볼 기회를 놓친 궁금한 일들, 답을 얻을 수 없어서 우리로 하여금 더 자주, 더 많이 생각하게 했던 일들, 그것이 우리를 더 나아지게 했고, 더 깊게 만들었다. 궁금한 일들은 대체로 쓸쓸한 일들이었지만 그 궁금함이 가르쳐준 것이 많았다.
궁금한 일들은 궁금한 채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궁금해서 더 나아진 부분도 있으니….
글 출처 : 삶이 내게 무엇을 묻더라도(김미라, 쌤앤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