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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 /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오작교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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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교육을 위해, 장애 아이의 치료를 위해 갖가지 사연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먼 이국땅으로 보낸 사람들을 ‘기러기 아빠’라 부른다.

 

# ‘가족이 뭔데, 같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보내야만 하는가?’

이런 생각이 앞서기만 한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된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 같다.

“아빠, 왜 떨어져 있어야 해요? 아빠도 같이 가요.”

큰아들의 이런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틀 밤이 지나면 헤어져야 한다.

“하느님, 이제 저희 가족들은 헤어지려 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더 가까이 있을 것입니다. 저희 가족들이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 떠나기 전날 두 아이가 “아빠 사랑해요”라는 말과 함께 한꺼번에 뽀뽀를 했다.

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건강하게 잘 자라 주기를 바랄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그리움이 솟구칠 텐데…. 하루가 이렇게 빨리 가는 줄 몰랐다. 시계추를 붙들어 맬 수 있다면….

 

# 인천공항에서 가족들을 보냈다.

“아빠 울면 안 돼.”

이렇게 말하던 큰 녀석이 출국장으로 나서면서 결국 울음을 삼켰다. 가족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안경 아래로 물기가 젖어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헤어짐이란 게 큰 눈물로 다가올 줄 생각지도 못했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공항에서 멀리 있기도 해보지만 흐르는 눈물은 막을 수가 없다.

집으로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혼자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 알람 소리에 간신히 일어났다. 전처럼 막내딸이 깨워주면 전혀 힘들지 않을 텐데…. 화장실에서 무심코 담배를 물었다. 집에서는 절대 담배를 안 피웠는데…. 이제 마누라 잔소리도 그립다. 아내가 밥상을 차려줘도 바쁘다는 핑계로 마다했던 게 후회된다.

 

# 어제 너무 과음했다. 아침 일찍 꿀물 타주던 마누라 생각이 난다. 출근 전에 꿀물을 타 먹었다. 속이 쓰리다. 술을 마시고 집에 와도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고 잠이 들면 속이 편안했는데…. 오늘 아침도 가족사진 보면서 쓰린 배를 움켜잡고 출근한다.

 

# 매주 토요일이면 대청소와 빨래를 하는 날이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어 돌려놓고 구석구석 청소를 하는 동안 외로움을 잊어보려고 노력하건만 잘 되지 않는다. 이럴 땐 더욱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 이제 3년이 지나 스스로 지쳐간다. 하루 빨리 가족이 한데 모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함께 살지 않는 가족은 가족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과 합류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있는 외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이 없다. 아직은 이곳 한국에서 열심히 벌어 가족들 뒷받침을 해야 한다.

 

# 아이들의 유학비용을 대기 위해 주말이면 아르바이트로 야간에 대리운전에 나섰다. 술 취한 손님들을 대하는 것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어느 날 거래 회사 직원의 대리운전을 하게 되었다. 하도 당황스러워 “정신 건강을 위해서 나섰다”고 얼버무리기는 했지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글 출처: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윤문원, 씽크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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