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詩. 김재진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가까운 사람에게
치여 피로를 느낄 때
눈감고 한 번쯤 생각해보라
당신은 지금 어디 있는가

무심코 열어두던
가슴속의 셔터를
철커덕 소리내어 닫아버리며
어디에 갇혀 당신은
괴로워하고 있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두렵고 낯설어질 때
한 번쯤 눈감고 생각해보라
누가 당신을 금 그어놓았는가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가리고 분별해놓은 이 누구인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세상과 등 돌려 막막해질 때
쓸쓸히 앉아서 생각해보라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했는가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어느 날 당신의 존재가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초라해질 때
모든 것 다 내려놓고 용서하라
용서가 가져다줄 마음의 평화를
아름답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