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시작을 위한 노래
          詩. 신진호


序.

하루종일
온방을 서성이며
그리워해 보아도
말 한마디 건져내지 못한
우울한 오후
그런 날 저녁에는
노을이 슬펐다.

회색 바람 너머
갈 수 없는 겨울 강가
추억은 진눈깨비로 내리고
통곡의 그리움
술잔에 넘치는데
슬픔보다 더 슬픈
그 여름의 흔적은
또 다른 노래가 되어
온몸에서 울먹이고 있다.

1.

상식의 자로
삶을 재지 말자
그 페러조나의 두께를
어떻게 상식의 자로 측정할 것인가
진실의 비수 앞에선
상식의 자는
이미 기준이 아니다
가슴 끝까지 털어내어
그때 허전하면
누구보다도 더 슬퍼하리라

2.

<어리석은 일이도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는
신의 피조물
가슴을 완벽하게 열 수 있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말로써, 글로써
자신의 가슴을 열어 보였지만
그것은 그 마음들의
일부분조차 아니다
내가 토해낸 글
내가 뱉어낸 말
그 어디에
나의 진실이 있는가
슬픈 것은 그것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것보다
잃어버린 사랑을
찾지 못하는 것보다
더 나를 서럽게 하는 것은
어떤 수단으로든지
내 가슴을
완벽하게 보일 수 없다는 것.

슬프다는 것조차
가식일 수 있고
외로움조차
사치일 수 있는
그래서 우리는
신이 아니다.

3.

끝이 아니어야 한다
우리는 항상 영원한 시작에만
있어야 한다
지난 날을 아쉬워해서 무엇하리
지난 날은
추억으로 남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
걸어온 길을
후회해서 무엇하리
걸어갈 길만, 앞으로 걸어갈 길만
가슴에 그려야지

인간의 길을 걷자
인간의 사랑을 하자
그대 사랑하는 나도
내 사랑 받는
인간이리니
내 다가섬도
인간의 발자욱이라면
그대 물러섬도
인간의 발자욱이리라
어떤 도덕, 어떤 상식으로
우리를 책할 것인가
목숨이 한 번이듯
사랑도 한 번인데
어느 누가
비난의 화살 쏘우리요

<사람의
보이는 부분은 다 틀리고
보이지 않는 부분은 모두 같도다>

4.

나 그대 만나
행복이라면
그대 나 만나
불행이라면,
그대 나 만나 추억이라면
나 그대 만나 서러움인데
우리는 이미
준 것도 없고 받는 것도 없다
나 주었다 생각 않고
그대 받았다 생각 말면
그것이 인생인 것을

5.

이제
만남의 기쁨도 기억 않으리라
이제
이별의 슬픔도 생각 않으리라
인생의 한 번 내 사랑은
기쁨으로도 슬픔으로도
붙잡지 못할
밤하늘 별과 같은 것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
한결같이 반짝이는
별과 같은 것.

피고름 쏟아내며 발버둥쳐도
그 고통 아래 주저앉아도
사랑은 사랑일 수밖에 없듯이
불면의 새벽 끝
찬 바람 맞으며
무너지고,부서져도...
그래도 너를 사랑해.

6.

영특한 그대가
바보 같은 나에게
왜,
머물게 했나요
아름다운 그대가
추한 나에게
왜,
웃음 보였나요
완벽한 그대가
불완전한 나에게
왜,
눈물 보였나요
나 슬피 우는 건
그대 그리워서 아닙니다
나 잠 못 드는 건
그대 보고파 아닙니다
어쩌면 이미 그대
내 사랑 아닐꺼예요
내 사랑은
가슴 속에서만 한결같은
옛날의 그대입니다

아름다운 내 사랑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나를 일으켜 세우는
저 먼속 보랏빛 하늘가
언제까지나 반짝이는
불멸의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