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포 행




정 경미


바다는 쪽 빛 치마폭으로



산굽이 도는 순한 마을을 감싸고 있다.



해종일 파도는 자맥질하며



용이 된 왕의 이야기 지줄대는 동안,



굽은 해안선 따라 목쉰 산새 울음



저문 방파제 끝물에 보랏빛 넋두리 풀어낸다.



바위섬 휘감는 절정이 물보라로 솟구치며



동체만 남은 포구에 낡은 목선 한 척



돛폭은 꺾어지고



흐린 안개에 잠들어 있다.



드문드문 뱃길 여는 물살



고단한 어부들 젖은 옷자락 흔들면



해풍을 견뎌온 비린 나무에



매운 눈물이 비늘처럼 반짝인다.



물결소리 다독이던 외로운 등대는



시린 등 붉게 물든 가슴팍에



눈먼 새 하염없이 날리고



밤바다 잠 못이루는 다박솔은



적막한 창을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