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사

청하  권대욱

하 없던 순례자의 발걸음이 잦아지던 날
가던 구도의 길을 한 뼘 더 늘리어
정적을 깨우는 눈 떨어지는 소리 들어본다

익숙하지 못한 창호지 내음
절방 문풍지에는 구들목의 온기서리고

내가 가진
무수한 흠집나버린 기억도 추억도
이제는 모두 지워버린다
저 눈 자욱에 쌓이는 새 눈으로 덮어 버린다

이제는
내가 주체할 수 없는 모든 것들
어디에 두고 떠나야 하는가

침묵으로 무거워진 날
눈빛으로 칠한 하얀 침묵
버리고 떠난 그 마음도 덮이어가고
하얀 기왓장에는 그예 세월이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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