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달밤
             이 종주

깊어가는 가을 밤을
맑은 국화차에 적셔봅니다
내 가슴을 어루만지고 가는
차가와서 또렷한 달빛이
삐꺽이는 대문에 흔들거립니다.

담아 두었던 옛일이
쏟아지는 달빛 받아
또렷한 달 그림자로 살아나고
술래잡기하던 동구밖에서
임의 그림자를 밟고 섰읍니다.

목젖을 부드럽게 타고 드는
임의 풋풋한 살 냄새에
앞뜰을 흐르는 물소리도
뒷 산을 쓸어내리던 풀벌레도
울음을 멈추었습니다.

넉넉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환한 웃음소리가 피어납니다.
달빛은 더욱 밝게 빛나고
함께 나누는 고향마을에
임의 그림자는 두둥실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