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 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 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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