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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소뜸(1985년) / 임권택 감독, 김지미, 신성일, 한지일

오작교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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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Director) : 임권택(Im Kwon-Taek)

출연 : 김지미(민화영),신성일(김동진),한지일(맹석철),김지영(맹석철의 아내),이상아(어린 민화영),김정석(어린 김동진),오미연(김동진의 아내),김기수,김복희,진봉진,김설하,주상호,이인옥,허기호(음악선생님),전숙,이석구,손부,김애라,권일정,조학자,오세장,홍명구,신동욱,오용섭,고앤이,이중수,김진희,권경아,박상영,임성일,이영임,박광민,최불암(의사),전무송(민화영의 남편)

 

줄거리 :

이산가족 찾기가 한창인 1983년 여름, 화목하고 부유한 가족을 꾸려나가던 화영(김지미)은 남편(전무송)의 권유로 방송국에 아들을 찾으러 가다가 회상에 젖는다. 화영은 해방과 함께 황해도의 작은 마을 길소뜸으로 이사를 가서 고아(이상아-어린 화영)가 되고, 아버지 친구 김병도와 함께 살다가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김 씨의 아들 동진(김정석-어린 동진)과 사랑하게 된다.

 

비 오던 날 둘은 사랑을 나누고 화영은 아이를 낳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운명이 서로 엇갈리며 만날 수 없게 된다. 화영은 우연히 여의도 만남의 광장에서 아들을 찾다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의 딸(오미연)과 결혼하고서도 가족을 버려두다시피 하고 화영을 기다리며 살아온 동진(신성일)을 만나게 된다. 둘은 자신의 부모를 찾고 있던 석철(한지일)을 만나고 그가 자신들의 아들임을 감지한다. 화영과 동진은 석철을 찾아가지만 화영은 바닥 인생을 살아온 석철의 무례한 행동에 이질감을 느낀다. 석철의 흉터와 유전자 친자 확인으로 석철이 아들임이 거의 확실해지지만, 화영은 완전한 확증이 아니라면 믿지 못하겠다며 이를 거부하고 돌아선다. 화영이 준 남편의 명함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동진 역시 힘없이 돌아선다. 차를 타고 달리던 화영은 잠시 멈춰 서서 눈물을 흘리지만 다시 제 갈 길로 떠난다.

 

영화보기 : https://youtu.be/UtDHc881l34

 

 

시놉시스

 

길소뜸


황해도 해안지역의 작은 마을 ‘길소뜸’. 소나기 쏟아지는 벌판의 원두막에서, 염전의 호젓한 소금 창고에서, 달빛 쏟아지는 숲 속에서 자연의 축복을 받으며 풋풋한 소년과 소녀가 서로 한몸이 된다. 그러나 그들은 전쟁으로 찢겨지고, 그 시대의 누구나 그랬듯이 참담한 고통을 견디며 세월의 파도 위에 삶의 격랑을 헤쳐가게 된다. 살다 보니 의사의 눈이 아니면 아무도 그들의 몸속에 박혀있는 ‘총알’을 추측할 수 없을 만큼 각자는 멀쩡한 외양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KBS의 이산가족 찾기 운동이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고, 그들은 길소뜸의 옛 낭만과 아픔을 되짚어가며, 둘 사이에 생긴 아들이라고 추정되는 한 사내(석철)와 핏줄 확인 작업을 벌이지만 끝내 단절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상처의 아픔만 확인한 채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궤도로 되돌아가게 된다. 

스토리는 간단명료하지만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은 해방 이후로부터 당시까지 30여 년간의 연대표를 작성해야 할 만큼 복잡다단한 한국 현대사의 살아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상처는 그동안 역사의 벽장 속에 그냥 처박혀 있던 셈이다. 그것은 언젠가 그리고 반드시 손을 봐야 할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니 메스가 필요하지 않다고 단념해버린 상처였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초 KBS TV에서 벌인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과 함께 안으로 곪고 곪았던 상처가 일시에 터져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나라 안은 온통 눈물바다가 되어 민족의 일체감이 소름처럼 돋았고, 금세라도 통일이 될 듯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영화 <길소뜸>은 그 격한 감정들이 대충 가라앉아 버렸다 싶은 시기에 그 벽장을 다시 열고 그때 손 못 댔던 깊숙한 구석의 먼지를 털었다. 임권택 감독과 시나리오를 쓴 필자는 TV가 벌여놓은 일들 속에 파묻혀 버리지 않으면서 TV가 놓치고 포기한 것들을 차분히 재조명했다. 영화에서는 자주 이산가족 찾기의 상봉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 TV 모니터나 그것을 지켜보는 인물들을 보여줌으로써, 개개인의 경험과는 상관없이 국민이 특수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 당시의 정경을 환기시킨다. 주인공 화영(김지미 분)의 안락한 저택에서도 가족들이 모여 앉아 방송을 보고 있다. 엄마의 ‘비극적 운명’을 알지 못하는 자식들도 TV 속의 사연을 보면서 울고, 남편(전무송 분)도 전쟁 때 헤어졌다던 아들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화영은 KBS 만남의 광장을 향하면서 옛 생각에 잠긴다. 해방되던 해 화영의 가족은 아버지를 따라 일제강점기 동안 만주 등 이역을 떠돌다가 귀국을 한다. 이것은 영화가 보여주는 현대사의 이산경험으로서 첫번째 형태이다. 또 다른 양상들은 영화 속 TV의 상봉 장면에도 있고, 전쟁 때문에 헤어진 화영과 동진(신성일 분)과 그들의 아들 석철의 유소년 시절에도 있다. 이런 역사적인 경험이 이산가족 찾기라는 대대적인 사건과 이런 현실의 반영을 통해 다시 전쟁을 체험케 하는 매우 현실적인 영화로 이야기의 허구에 시달려온 관객들에겐 상큼한 충격으로 전달되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뼈가 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감독과 작가의 견해였을 것이다. 주인공 화영과 동진의 사연이 제아무리 기구하다 해도 <길소뜸>의 영화적 승패는 거기 달려 있지 않았다. 영화는 결론에 연연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던질 뿐이다. 지극히 한국적이며 역사적인 이 현상에 대해 영화는 테두리 밖의 불필요한 것을 넘보지 않았고, 그 대신에 문제 제기의 과정을 더욱더 탄탄히 함으로써 어설프게 덮어놓은 상처를 다시 한번 분명히 확인하고자 했다. 영화가 제시하는 시각에서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화약 냄새와 포성은 화영과 동진의 아들인 석철에게 까지 아직도 짙게 풍기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거칠고 황폐해진 석철이 부모 손을 잡고 '아버지! 어머니!' 하고 목메어 울부짖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 화영은 제가 낳은 자식이 거의 틀림없다는 법의학 박사의 말을 묵살한다. 영점 몇 퍼센트의 오차마저 수긍할 수 없다며 단호히 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 버린다. 이 에필로그 부분이 모정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논란거리가 되었다.

 

실제로 혈액검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화영이 전화로 지금의 남편을 포함해서 아이들과 정겹게 통화하는 모습은 그런 비난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어머니를 통해 전쟁이 남긴 상처 중의 하나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기어코 몸속에 박힌 총알을 꺼내야 할 것인가, 사는 데 지장이 없다면 구태여 칼로 드러낼 필요가 있을 것인가 하는 선택에서 후자를 택한 어머니를 보여준 것이다. 그녀가 거부한 것은 아들 석철의 황폐한 모습이 아니라 두 번 다시 생각하기 싫은 전쟁의 그림자였다. 그녀는 석철을 아들로 인정함으로써 애써 떨쳐버렸던 화약과 피 냄새를 이미 다져놓은 제 일상에 끌어들이기를 원치 않았다. 그녀는 전쟁을 두 번 치를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이 부분에 오해가 없도록 사전에 간결하지만 치밀한 복선을 깔아두었다. 세사람이 타고 가던 차에 개가 치이자, 석철은 죽어가는 개를 먹을거리로 여겼고, 동진은 살아있는 목숨이 죽어가는 과정으로 보았고, 화영은 그것을 오직 혐오스러운 물체라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개를 놓고 세사람이 보인 그런 상반된 반응은 전쟁에 대한 그들 저마다의 처지이며, 안으로 잠재되어 있는 각자의 의식이기도 했다. 이를 좀 더 깊이 보면 각자가 제 삶의 궤도로 회귀할 수밖에 없는 재 이산의 암시이기도 한 것이다. 

영화 <길소뜸>엔 잊혀지지 않는 또 하나의 압권인 장면이 있다. 임권택 감독은 의식과 소신을 영상 속에 좀 더 튼실히 다지는 무기로 롱테이크의 묘미를 십분 활용했다. 이를테면 동진이 아내(오미연 분)와 함께 잠자리에 들어 서로의 아픔을 내뱉고 감추는 대목에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기능을 잃은 듯이 2분여 동안이나 한 장면만 붙잡고 있는 롱테이크는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긴장과 호소력이 숨을 멎게할 만큼 백미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만다라> 이후 두번째로 베를린 영화제의 본선에 진출해 최종까지 찬사를 받았던 <길소뜸>은 임권택 감독과 김지미가 북한영화 <돌아오지 않는 밀사>로 영화에 참가한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내외를 극적으로 만나게 했다. 엊그제까지 충무로에서 고락을 같이 했던 그들의 역사적인 재회는 또 하나의 분단의 실체로서 국내외에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베를린에서 최은희와 김지미를 만나게 한 바로 그 영화 <길소뜸>. 개봉 당시 대한극장에 커다랗게 걸렸던 간판의 카피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길소뜸>은 22회 시카고 영화제에 참가해 영화제 창설자 게츠(Getz)를 기리는 ‘게츠 세계평화메달상’을 수상했다.

 

글출처 :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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