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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나는 건 마찬가지네 /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오작교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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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시간 있으면 잠깐 이리 건너와 줘.”

 

   하숙집 주인 할아버지가 하숙생인 대학생을 불렀다.

 

   ‘어젯밤에 음악을 좀 크게 틀어 놓았다고 잔소리를 늘어놓으시려나, 아니면 밤에 느닷없이 찾아오는 친구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혹시 두 달째 밀려있는 하숙비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방은 언제나 깔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그런데 낡은 경대와 이불 넣는 작은 장롱이 전부였던 방 한구석에 못 보던 앉은뱅이책상이 하나 놓여 있고 놀랍게도 그 위에 노트북 컴퓨터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와! 할아버지, 이거 어디서 나셨어요?”

 

   대학생인 하숙생은 자연스럽게 노트북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어디서 나긴, 샀지.”

 

   대학생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자 할아버지가 말했다.

 

   “우리 아들이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는데, 이놈만 있으면 편지가 즉시 그쪽으로 갈 수가 있다면서?”

 

   할아버지는 이메일을 통해 미국에 있는 아들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말만 듣고 노트북 컴퓨터를 장만한 것이었다.

 

   “막상 사다 놓긴 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힘들겠지만 학생이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어.”

 

   학생은 컴퓨터를 켜는 법에서부터 인터넷에 접속하는 법, 이메일을 보내는 법 등을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했다. 설명이 끝날 때마다 할아버지는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기는 했지만 아들을 생각해서인지 포기하지는 않으려는 눈치였다. 한참이나 서로 진땀을 흘린 끝에 할아버지가 수첩에 적혀있는 아들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시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할아버지 이제 여기에 편지를 한번 써보세요.”

 

   할아버지는 머뭇머뭇 컴퓨터 앞에 다가앉아 한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자판을 누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나의 아들 보아라.’

 

   힘겹게 거기까지 입력시킨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후 눈물 한 방울이 컴퓨터 자판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다. 할아버지가 하숙생을 바라보며 싱긋 웃으며 한 마디를 던졌다.

 

   “이거… 편지지나 컴퓨터나 눈물 나는 건 다를 게 없네.”

 

글 출처 :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윤문원, 씽크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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