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4월이건만 

                                                    글/강인숙


내 안에서 사춘기 소녀를 꺼내 본다
쇠똥 굴러가는 것만 봐도 괜히 즐거웠지
세상을 달관한 여인네도 꺼내 본다
닫힌 의식 깨우려 몸부림치고 있지

수십번을 뒤바껴 온 세월의 자취
수혈받지 못해 어지러웠던,
한방울의 피가 모자라 스러져 가는 
창백한 갈증 앞에 봄볕이 찾아든다 

둥지 틀고 웅크렸던 새 
양지 바른 담장 위에 살포시 내려 앉으니
침묵을 지키려는 무의식의 파장에도
따사로운 햇살 내리 쪼인다
지금은 4월이건만
행복하기만 해야 할 계절이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