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차
글/장 호걸

세상의 간이역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딱히 정해 놓지 않고
인생의 기차를 기다려 본다
단지 미지의 세상으로
차표를 한 장사고
수많은 사람 틈에서
나는 대기실 나무 벤치에 앉았다
한참 후에 역무원이 나와
인생 역으로 가실 분들 개찰하란다
기차가 왔나 보다
저 기차를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망설이는데
언뜻 철로변으로 들꽃이 폈다
나도 모르게 느끼는 충동
얼굴을 포개고 싶은
무거운 욕구에
기차를 올라타고 말았다
좌석번호를 찾아 앉으려는 순간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 생존의 시작이다
마치 어수룩해야 한다며
더 겸손 하라며
마음 느긋하게 가지며
강줄기처럼 긴
기차를 따라
연둣빛의 오월도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