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지 못하는 장닭

 

 한국을 남성중심의 사회라고 단정하는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얼른 보기에는 남자들이 모든것을 지배하는것 같지만,

한 꺼풀 벗기고 보면 모든것을 지배하는 남자를 지배하는것이

바로 한국의 여자들이다.

 

 한국에 살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지위라는 문제다.

가끔 텔레비젼에 나오는 여자들이 서구 사회에 비해 한국에는

여성 정치인의 비율이 낮다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본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장관이나 차관 등 고위 공무원, 각 기업체

최고경영자 등 정계와 재계를 통틀어 한국 여성의 사회적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터무니 없이 낮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대우받지

못하는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나는 여성들이 나약하고

억울하고 불쌍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남성들이 힘이 없고 불쌍해 보인다.

 

 일본은 물론 미국보다 더 여성이 힘이 쎈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른바 '여필종부'라는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이것은 결코 역설이 아니다. 궤변은 더 더욱 아니다.

한국에서는 '경제권'을 남편이 쥐고 있는 가정이 별로없다.

월급이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입금되어 집에서 통장을 틀어쥐고 있는

아내의 수중으로 고스란히 들어가거나 월급 봉투째 아내에게 가져다

바치고 용돈을 타서 쓰는 직장인이 태반이다.

결국 가정의 주도권을 아내쪽에서 쥐고 있다는 뜻이다.

다들 표면적으로는 여성들의 특유의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으로

살림을 잘 하기 때문에 돈이 헤프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를 댄다.

하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돈줄을 쥔자가

힘을 장악하고 관계를 장악하는 자본주의 생리가 고스란히 관철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가정에서 이런 기울어진 역학관계 때문에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남자들이 간섭하지 않으니까

여자들은 자기가 하는일이 다 올바르다고 착각한다.

 

 화장이나 패션 같은 유행문제를 생각해 보자.

한국여성들이 본격적으로 패션에 신경을 쓰는 여유를 누리게 된 것은

1988년 올림픽 이후다. 멋내기 역사는 불과 10년도 안된다.

한국 여자들중에는 이 옷이나 화장이 나한테 어울리는지 어떤지,

멋있는지 아닌지 판단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있는것 같다.

 

 그 결과는 두가지 현상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누군가 모범을 보이면 대다수 여자가 아무 생각없이 그 뒤를

따라가는 현상이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똑같은 헤어 스타일, 똑 같은 입술색깔, 똑같은 옷과 신발뿐이다.

 둘째는 일반적인 경제원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값이 비싸면 비쌀수록

잘 팔리는 기이한 현상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아닌지 판단할 미적 안목이 없는 사람들은

오로지 값이 비싸냐 싸냐로 판단하는 것이다. 패션이나 멋내기에

대한 무지가 바로 이런 결과로 나타난다.

 

중략...

사정이 이러한대도 한국여자들은 남자의 견해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뭐라고 이야기를 하려들면 으레 "잔소리한다" "시대에 뒤떨어 졌다"

"구닥다리다"라고 대꾸도 안 한다. 그런소리가 듣기 싫어서

남자들은 아예 간섭을 안해 버린다.'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한 가정의 경제권을 여자가 장악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 교육문제에 관한 한 한국 남자들이 지금처럼 전권을

아내에게 맡겨 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녀교육의 부분에서도 유행을 따라가는 것과 같은 심리가 작용한다.

옆집아이가 피아노를 치면 내 아이에게도 가르치고 옆집아이가

태권도를 배우면 내 아이에게도 시켜야 한다.그래 봤자 궁극적인

목표는 단 하나, 자식을 명문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의 지상 과제다.

 

 사람이 한 세상을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배우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부모에게 받는 가르침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는 가정교육은 없고 오로지 입시교육만 존재한다.

나라 전체가 이토록 무질서하고 몰염치 한것도 무리가 아닌다.

나는 이런세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여자가 잘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자식을 출세시켜야 자기 존재 기반을 확보할

있다는 그릇된 관념 때문에 여자들의 시야가 그 만큼 좁아지는 것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아버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자녀 교육 문제에 관여해야 한다. 평소에는 대충 넘어 가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 마디하면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권위를 지킬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한국남자들은 일찍 들어가는 날이 거의없다.

야근이다, 회식이다, 접대다 해서 날이면 날마다 늦는다.

어쩌다가 공식적으로 늦는 일이 없는 날이면 모처럼 시간이 났다며

동창이나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신다. 그러니 주말이 되면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에게 '봉사'하기 위해 어디로든 놀러 가야 한다.

평일보다 주말이 더 길이 복잡한 것은 그 때문이다.

 

중략...

 한국 남자들이 자녀 교육에 신경쓰지 않는 것은 의지가 없어서라기보다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실직자가

많아지면서 '고개 숙인 남자'들이 더욱 늘고 있지만

오늘 살고 말일은 아니잖은가.  

 

 한국남자들은 '가정의 평화'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귀찮다는 듯이

모든것을 양보하고 인내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가장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교육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전체가 망한다.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충격을 받다 못해 분노로 쓰러질 여성이 생길지 모르지만, 어차피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쓰는 글인 다음에야 무슨 소리를 못하겠는가. 내가 가장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간절히 하고 싶은 이야기, 그러나 가장 하기 껄끄러운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 한국 남자들이여, 제발 힘을 내라. 그리고 한국 여자들,

그대들은 남자의 뒤를 따라가라."        

 

-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중에서 -

                                                                  이케하라 마모루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