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낙엽

이병주

숙명 이였기에
겁없이 만들어낸 그 많은 추억
주체 하지 못하고
조각되어 흩어질 때

푸름의 형상으로
몸서리치는 충격도 마다 않고
지켜 온 날 이였다.

얄궂은 세월이
앗아 가지 말고
그대로 머물고 싶지만

가느다란 모가지는
내리치는 야멸찬 바람에
파란 잎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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