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나그네

청하 권대욱

금강은 말없이 봄을 흐르고
양지 녘 작은 무덤가에 아지랑이 감돈다
푸른 솔은 무엇을 말하려는고
먼데 저 산은 묵묵히 그 자리에
천 년을 살았다는 길가 느티나무
까치집에도 봄 소식이 왔는가

나그네 가는 길은 천릿길
그 마음은 만릿길
산 아래 마을 작은 갯가 염소 한 마리
불타버린 산록에는 폐허의 자취
저 강가면 삼천 궁녀 낙화암
이 길가면 어디인가 논바닥이 푸르구나

들판의 능수버들 까치 나래 짓
논산은 저 멀리 희미하고
속 푸른 대나무는 계절을 잊었는가
푸르름 저 너머에는 봄 색시 있으려나
봄이 묻어나는 논바닥이 푸르다
봄 나그네는 그저 차창을 바라보노라.

사월의 날에는 늘 목련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였지만
문득 출근길에 그 흩어진 모습을 보면서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떠 올랐습니다.
제행무상을 상념의 틀에 넣으면서...
모처럼의 방문길
이렇게 물러 갑니다.()

권대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