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 찰롱(wat chalong)*

청하 권대욱

사리탑 긴 그림자 하늘까지 드리우고
연꽃의 미소는 잔잔한데
어느새 여기에도
천 년의 세월이 잠겼구나

이방인의 어설픈 미소는
사바의 주인일 것이니
곱게 모은 두 손에는 깊은 서원담고
석양의 남은 빛도 감싸 안으리

하늘에서 왔다던가
공명조*는 불탑을 껴안아 돌아가고
어디가 태초의 내 걸음길이련가
아무런 대답이 없어라

이국땅 황의 걸친 노스님
긴 그림자에도 남국의 낯섦
도솔천까지 걸친 불탑의 난간에는
이름 모를 산 새가 쉬어 가는데
나그네 두 눈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 찰롱 사원 : 태국에 있는 사찰, wat: 사원, 절
* 공명조 : 하늘나라의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