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는 날 /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 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긴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왜 그런 날에는 그리운 사람이 보고픈 걸까...
아마도 그런 날은 사연이 많은 날인가 봅니다.
어제도 그렇게 내리는 함박 눈을 보면서 그리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냥 그립다고만 생각할 뿐...더 이상은 할 수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