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거센 물결이 몰려왔다 /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나는 네 방에 몰래 혼자서 들어왔단다. 나는 죄책감을 느끼며 네 잠자리를 찾아왔단다. 네 조그만 손은 뺨 밑에 끼고 있고 곱슬머리는 축축한 이마에 붙어 젖어있구나.
아들아, 내 말을 들어라. 나는 네가 잠들어 누워있는 동안에 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아들아, 나는 너한테 시시콜콜한 것까지 너무나 까다롭게 대해왔다. 네가 아침에 일어나서 얼굴에 물만 찍어 바른다고 하면서 학교를 가기 위해 옷을 입고 있는 너를 꾸짖곤 했지. 네가 신발을 구겨 신는다고 잔소리를 했고, 네가 물건들을 함부로 마룻바닥에 던져놓는다고 화를 내기도 했어.
오늘 아침식사 때도 나는 네 결점을 들춰냈다. 음식을 흘리고, 잘 씹지도 않고 그냥 삼켜버린다거나 식탁에 팔꿈치를 올려놓는 것과 심지어 빵에 너무 두텁게 버터를 발라먹기도 한다는 것까지 지적했어. 그리고 나서 너는 학교에 가고 나는 출근을 할 때 너는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며 말했지.
“잘 다녀오세요, 아빠!”
그때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지.
“어깨를 펴고 걸어라!”
내가 왜 이런 나쁜 버릇을 갖게 되었을까? 하지만 잘못만을 찾아내서 꾸짖는 버릇은 너를 착한 아이로 만들려는 과욕에서 생긴 버릇이란다. 그것은 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어린 너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기대한데서 생긴 잘못이란다. 나는 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너를 재고 있었던 거란다.
그러나 너는 너무나 좋고, 우수하고, 진솔한 성격을 갖고 있다. 네 조그만 마음은 넓은 언덕 위를 비추는 새벽빛처럼 한없이 넓단다. 내가 너에게 그렇게 까다롭게 굴어도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나를 잘 대해주는 네 행동에 잘 나타나 있다.
오늘밤엔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아들아, 나는 어두운 네 침실에 들어와 무릎을 꿇고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것은 작은 속죄에 불과하다. 내일부터 나는 참다운 아버지가 되겠다. 너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네가 슬퍼할 때 같이 슬퍼하고 네가 웃을 때 나도 웃겠다.
아들아, 너는 작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너를 어른처럼 대해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너한테 요구해 왔구나. 너무나도 많은 것을….
글출처: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윤문원, 씽크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