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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돌을 쥐어주신 아버지 / 아버지의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오작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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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일 때 어머니가 예쁜 꽃무늬 원피스와 신발을 사 주었다. 마음에 쏙 든 딸은 친구들에게 자랑하고픈 마음에 잠을 설쳤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새 옷과 새 신발로 차리고 총총걸음으로 등굣길에 나섰다.

   그런데 전날 봄비가 와서 길에 파인 웅덩이마다 빗물이 고여 있었다. 그때 저만치에 평소 딸을 못살게 굴던 같은 반 녀석이 보였다. 원래 그 녀석은 동네 골목대장이기도 했다.

   그 녀석이 딸을 보더니 눈이 샐쭉해졌다. 딸이 새 옷을 입은 걸 알아본 것이다. 그 녀석은 갑자기 다가와 큼지막한 돌을 주워 딸이 웅덩이 주변을 지날 때 힘껏 던져 넣었다.

   “풍덩!”

   웅덩이의 물이 튀어 올랐다. 딸의 예쁜 원피스와 신발은 흙탕물 범벅이 되었다. 골목대장은 혀를 내밀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딸은 분한 마음에 땅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쏟아냈다.

   딸은 잠시 후 일어나 흙 범벅이 된 새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딸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화들짝 놀랐다. 울음을 터트리는 딸에게 아버지가 물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고? 너 누구하고 싸웠나?”

   “우리 반에 종호라고 있는데 나만 보면 놀리고 괴롭혀요. 오늘도 학교 가는데 그 녀석이 일부러 물웅덩이에 돌을 던져 이렇게 젖게 해놓고 놀리면서 도망쳐 버렸어요. 내가 새 옷 입은 걸 알았나 봐요.”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지는 순간 어머니가 옷을 갈아입자면서 딸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아버지는 장독대에 소원을 빌기 위해 쌓아 놓았던 돌무더기 중에서 돌 하나를 주웠다. 소위 말하는 ‘짱돌’이었다.

   딸은 다시 등교하기 위해 마당을 나섰다. 이때 아버지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딸에게 다가갔다. 아버지는 딸의 어깨를 다정히 감싸며 딸의 손에 자신이 쥐고 있던 조그마한 돌을 쥐어주었다. 딸은 자신의 조막손에 쥐어진 무언가 차갑고 묵직함을 느끼며 손을 펴 살펴보고는 아버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버지?” “아무 이유 없이 너 괴롭히는 그놈아 말이다. 힘으로 안 되겠거든 이것 가지고. 뒷일은 걱정하지 말고.” 딸은 한껏 고무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짱돌’을 책가방에 집어넣고 학교로 갔다,

   교실에 들어가서도 골목대장 녀석은 계속 딸을 놀리며 괴롭혔다. 화가 난 딸은 “야! 너 수업 끝나고 뒷동산에서 보자!” 하고 소리쳤다. 주위 반 학생들은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골목대장 녀석은 코웃음을 치면서 “그래 좋다! 내 꼭 갈께” 하고 대답했다.

   딸과 골목대장은 수업이 끝나고 학교 뒷동산에서 만났다. 구경하러 온 학생도 많았다. 순간 딸은 조금 겁이 나기는 했지만 주머니에는 아버지가 주신 ‘짱돌’이 들어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짱돌’을 만져보니 용기가 났다. 딸이 당당한 태도로 먼저 말을 걸었다.

   “네가 뭔데 자꾸 나를 괴롭혀? 대체 뭣 땜에 그러는 거야?”

   “하고 싶어서 그런다, 왜?”

   “하고 싶다고 괴롭히면 되나?”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너 나한테 이길 수 있나?”

   “내가 너한테 못 이길 줄 아나?” “그래 네가 나한테 이긴다고? 어디 한번 붙어 볼래?”

   골목대장이 먼저 멱살을 잡고 넘어뜨리려고 하자 딸은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그랬더니 골목대장이 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얼굴에서 뭔가 뜨뜻해져 손으로 쓸었더니 피가 묻어났다. 코피가 터진 것이었다.

   순간 딸은 골목대장의 멱살을 잡고 주머니의 ‘짱돌’을 꺼내 이마를 내리쳤다. 골목대장이 머리를 움켜쥐고 몹시 아픈 표정을 지었다. 구경하던 애들은 모두 놀라 쥐 죽은 듯 조용하고. 딸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골목대장을 향해 말했다.

   “자, 어디 계속 붙어 볼래?”

   기가 죽은 골목대장은 딸을 흘겨보다 머리를 감싸고 있던 손바닥을 펼쳤다. 피가 묻어 있으니 겁이 났는지 뒷걸음치며 도망갔다, 딸이 그 뒤에 대고 소리쳤다.

   “야, 이제 한 번만 더 그래 봐라! 내 진짜 가만히 안 둘 거다!”

   집으로 오는 길에 딸은 논둑의 개울에서 싸우다가 헝클어진 얼굴을 씻었다. 한결 개운한 표정을 지으며 집으로 돌아온 딸의 기분을 알아차린 아버지가 물었다.

   “그래, 학교에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너를 괴롭히던 애는 어떻게 됐어?”

   그때 갑자기 문 밖이 시끌시끌해졌다.

   “이 집 맞나? 이 집이 돌로 네 머리를 찍었다는 그 애 집이야?”

   골목대장이 자기 어머니를 데리고 딸의 집으로 온 것이었다. 딸은 부리나케 뒷간으로 뛰어들어 숨었다. 골목대장 어머니는 들어오자마자 아버지한테 다짜고짜 따졌다.

   “이거 봐요. 멀쩡한 아이를 이래 놓고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무슨 어린 여자 아이가 돌을 가지고 싸움을 해. 아이구야, 공부는 잘한다는 애가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여자 깡패 두목이 되려고 그러나.”

   “아이들끼리 싸우다 보니.”

   “뭐라고요? 아이들 싸움에 그럴 수도 있다고요? 돌을 사용해도 되는 겁니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딸이 힘이 부족하여 돌을 쓴 모양인데, 치료비는 물어 줄 테니 이해하세요. 어쨌든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골목대장 녀석에게 물었다.

   “너는 왜 아무 이유 없이 우리 딸을 괴롭혀?”

   질문을 받은 골목대장은 좀 놀랐는지 순간 멈칫하더니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좋아해서.”

   이 말을 듣고 있던 골목대장 어머니가 아들에게 꿀밤을 한 대 먹였다.

   “뭐여! 좋아해서? 야, 이놈아! 무슨 놈의 자식이 좋아하는 아이를 괴롭혀? 그래 너 아무 이유 없이 이 집 아이 괴롭혔나?”

   “예.”

   골목대장 어머니가 딸의 아버지에게 말했다.

   “가만히 말 들으니 우리 집 아이가 먼저 잘못한 것 같으니 없던 일로 하고 앞으로 잘 지내게 합시다. 치료비는 괜찮아요. 연고 바르고 반창고 붙이면 나을 겁니다. 우리 그냥 갑니다.”

   “어쨌거나 미안하게 됐습니다. 살펴 가세요.”

   뒷간에 숨어 있던 딸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슬금슬금 아버지 앞에 나타났다.

   “아버지, 미안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웃으면서 오히려 격려하는 말을 던졌다, “괜찮다. 앞으로도 네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치료비는 걱정 안 해도 된다. 알겠나?”

   딸은 지금 중학생 학부형이 되어 학교 폭력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짱돌을 쥐어주신 아버지의 그 든든한 언덕을 떠올리고 있다.

글출처 :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윤문원, 씽크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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