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뜻대로 되는 것 / 오늘의 오프닝
한때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려면 ‘인간 리모컨’이 필요했습니다. 주로 집안에서 가장 힘 약한 사람이나 만만한 사람이 리모컨이 되곤 했지요. 요즘엔 모든 것이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시대입니다. 심지어 밖에서 전화기로 가전제품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지요.
현대인들이 이렇게 리모컨을 작동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편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이유도 있더군요. 현대인들의 심리에 깊숙이 파고든 것 중의 하나, 즉 ‘내 뜻대로 되는 것이 리모컨밖에 없다’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뼈아프게 경험하는 것입니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훨씬 많은 세상을 사느라 고단하고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리모컨은 사소하지만 괜찮은 위로입니다. 거의 모든 집의 가장들이 소파에서 리모컨을 소중히 붙들고 잠드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글 출처: 오늘의 오프닝(김미라 라디오 에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