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나아가는 유목민처럼
중앙아시아의 타타르 부족은 '적'이 생기면 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당신들이 영원히 한 장소에 머물러 있기를……."
유목민들에게는 한 장소에 머물러 있으라는 것이 가장 치욕적인 말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저기로, 훌훌 떨치고 떠나지 못하는 삶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목민들의 세계관이니까요.
조금씩 움직이며 조금씩 나아지는 것, 미련 없이 천막을 걷고 새로운 곳으로 뚜벅뚜벅 아나가는 유목민의 정서가 자주 그립습니다. 우리도 원래 유목민족이어서 그런 것일까요?
두려움 없이 미지의 세상을 행해 떠날 수 있는 마음을 '용기'라고 부르는 21세기. 떠날 때가 되면 부리로 둥지를 부수고 떠나는 장산곶매처럼 의연한 우리들의 모습을 만나고 싶습니다. 현실에게 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짙어질수록 더욱 더…….
글출처: 오늘의 오프닝(김미라 라디오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