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적 /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태양으로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나 쏟아지는 비를 다 받아들이고 있는 대지. 그런 대지 위를 걷고 있는 것을 혹시 기적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비 갠 뒤 땅 위를 온몸을 밀며 기어가는 지렁이나 더디디더딘 몸짓으로 기어가는 달팽이를 보며 아침이면 눈을 뜨고 저녁이면 돌아갈 한 평의 움막이 있는 반복되는 일상을 혹시 기적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나요?
그렇게 쏟아지는 비를 어디서 피하고 나온 건지 모를 날아다니는 조그만 공 같은 저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는 두 귀가 있다는 사실을 혹시 기적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해 뜨면 봉오리 닫아 세상을 향해 열어 놓던 창문까지 닫아버리고, 달 뜨면 또 봉오리 열어 닫았던 그 창문 활짝 열어놓는 노오란 저 달맞이꽃을 볼 수 잇는 말디맑은 두 눈이 있다는 사실을 혹시 기적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알고 보면 우리 매일매일 스스로 기적을 만들어 내거나 풀과 꽃과 나무와 바람과 물소리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기적 속에 살고 있답니다.
기적을 기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일상 귀태의 집착과 욕망의 껍질을 훌훌 벗어던지고 마음속 깊은 곳에 찰랑거리고 있는 영혼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는 사람이지요.

글 출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정목스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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