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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을 위한 연가

윤상철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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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 정 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1996년>
       


    일러스트=잠산

이 겨울에 사랑이 찾아온 연인들에게 이 시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우선 어렵지가 않다. 쉽고, 리듬이 있어 흐르는 물처럼 출렁출렁한다.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눈이 쌓여 무게가 생기듯이 어느 순간 이 시는 우리들의 가슴께를 누르며 묵직하게 쌓이기 시작한다. 한 편의 시를 읽는 경험에도 '뜻밖의 폭설'은 내린다. 폭설이 내려 우리는 압도되어 이 시 안에 고립된다.

큰 고개를 넘으면서 느닷없는 폭설을 만나고 싶다는 말은 사실 좀 도발적이다. 우리는 그 불편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인은 '못 잊을 사람하고' 폭설에 갇히고 싶다고 말한다. 폭설에 갇히는 것이 고립의 공포로 엄습해오더라도. 사실 사랑만이 실용적인 것을 모른다. 사랑은 당장의 불편을 모른다.

모든 사랑은 고립의 추억을 갖고 있다. 서랍 깊숙이 넣어둔 연애편지가 있거든 꺼내서 다시 읽어보라. 연애편지는 고립의 기억, 고립의 문장 아닌가. 둘만의 황홀한 고립. 그러니 사랑에게 고립은 고립이 아니다.

우리는 사랑을 지속시키는 한 기꺼이 고립을 선택할 것이다. 그것이 후일에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무너뜨리더라도. 그것이 모든 길을 끊어 놓더라도. 사랑은 은밀하고, 은밀해서 환하다.

문정희(61) 시인은 여고 시절부터 전국의 백일장을 휩쓸었다. 백일장 당선시들을 모아서 여고 3학년 때 첫 시집을 냈다. 타고난 재기를 미쁘게 본 미당 서정주 시인이 시집의 서문을 썼고, '꽃숨'이라는 시집 제목도 달아주었다.

그녀는 여성의 지위와 몸을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가두려는 것들을 거부하면서 한국시사에서 '여성'을 당당하게 발언해왔다. 그러면서 여성 특유의 감수성으로 사랑의 가치를 활달하고 솔직하게 표현해왔다.

'한 사람이 떠났는데/ 서울이 텅 비었다'라는 그녀의 문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활동이다. 톨스토이가 말한 대로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있어보라. 사랑은 소멸하고 말 것이다." 문태준·시인

    입력 : 2008.01.18 00:18

     노래 - 한계령 / 마야

 

옮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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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윤상철 글쓴이 2008.01.22. 03:00
나도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보리피리 2008.01.22. 09:31
그러다 진짜 만나면
후회하실텐데.....
순수 2008.01.22. 12:13
요즘처럼~춥고 근무 하기 싫은때는...
저도^^
한계령쯤...넘다가 뜻밖의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서~
한,이틀~폭설이라도 내렸으면~하는 바램이네요ㅋㅋ

한~열흘정도 폭설이 내리면 더욱 좋겠구요 ㅎㅎ
돌아 올길이 묶여서~~내 삶의 작은 이야기들~나누며~
푹~~~쉬었으면 좋겠다는.. 제 생각요^^&^^

윤상철님~~^^
잠시나마 마음속으로~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마음의 여행 떠나 봅니다^^
좋은글 가득~~담아 갑니다^^

이곳은,
겨울 가랑비가 소리없이..내리고 있어요...
바쁘시겠지만..따뜻한 차 한잔 드시면서~
남은 오후 시간 보내세용*^^*

마음의 차 한잔 내려놓고 갑니다~~~

ζξ
┌─┬┐
│♥├┘
└─┘★따끈한 원두커피 한잔 드세요*^------^*
고운초롱 2008.01.22. 12:19
울 상처리 형아,울 보리피리 젊은오빠,
글구 사랑스런 나의순수동상~!

까꽁?
겁나게 방가셩 주글꼬 가토랑~
ㅋㅋㅋ
초롱이 겁나게 바쁘니깐~ㅋ
이따가 올게욤~ㅋ
구레둥 정성 가득히 준비한~ㅎ
요거~↓~ㅎ 맛나게 머꼬 이써욤~*^^*

알징??
순수 2008.01.22. 12:36
언니^^
올만요^^ 잘 계시지여~~

비빕밥 정말~맛있겠어요 ^^
나물에~참기름 넣고 (꿀꺽)
근데,두 그릇만 비비면 부족한뎅...
제,양을 아시면서~~ㅋㅋㅋ

윤상철님&보리피리님이랑~ 마주 앉아
겨울 이야기 꽃 피우며~맛있게 먹을께요^^감사르~~
남자분들과 먹으니 예쁘게 조심스럽게 먹어야징 ㅋㅋㅋㅋ~~

근데언니~!!
아무리 바빠도 국물은 주고 가셔야지요 ㅎㅎ

늘~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
Ador 2008.01.22. 21:30
보리피리님~
마, 댓글 지우소마~
세대차이난다 아잉교~? ㅎㅎㅎㅎ

이사람도.....
그렇게 갇혀 묻혀보았으면.....
아 사랑하는 이여~
윤상철님이여~
윤상철 글쓴이 2008.01.27. 16:13
형님들
어리목도 괜찮습니다
어리목에서는
한번 경험이 있습니다
언제 한번 하시죠
여명 2008.01.29. 08:10
양희은의 한계령을 걸고
불타는 한계령을 넘는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몇해...
수마로 무너져버린 한계령을보며
가슴이 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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