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가는 사람이 집에 남겨진 집사람이나 친지에게
“ 이런저런 생각도 정리 할 겸 낚시 좀 다녀올께 ” 라고 얘기하면 그것은 전부 거짓말이다. 민물낚시라면 모를까, 
바다낚시를 가는 사람이 그런 얘기한다는 것은, 혼자 낚시 가는 것이 미안하거나 겸언 쩍어 말하는, 한마디로 립 서비스 이다.
 
 
바다낚시는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할 만큼 한가로운 낚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다낚시를 처음 배울 때 본인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무도 없는 갯바위에서 낚시를 한다면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방법도 찾게 될 것이고,
미래구상도 명쾌히 정리 할 수 있겠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시절에는 그것이 가능했다.
고기가 물어주건 말건, 낚싯줄에 찌를 끼워 던져 넣고, 소주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철수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낚시를 알게 되면서부터 왜? 라는 의문점을 가지기 시작하고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똑같이 출조하여 어떤 사람은 고기를 잡아 카메라 세례를 받고 낚시점 홈페이지에 사진도 올려지는데 반해,
한 마리도 잡지 못하여 어시장에서 또 한번의 출조비를 지출해서 집으로 올라오게 되면 
왜? 라는 의문부호가 생긴다.
 
 
왜? 
나는 고기를 잡지 못했을까?
포인트의 문제인가? 실력이 없는 것일까? 찌의 선택이 잘못 되었나?
원줄이 굵어 찌의 흐름을 방해하여 원하는 포인트를 벗어난 것일까?
물때가 좋지 않았나? 잡어를 피할 방법은 없었나? 등등
이런 생각에 머무르게 되었다면 낚시 가서 생각을 정리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다낚시는 수시로 상황에 따라 채비를 변화 해주어야 하고, 한시라도 찌에서 눈을 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조전에는 어느 지역에서 고기가 나오는가? 정보를 수집해야 하고, 출조지로 가면서는 어떤 채비로 할 것인지 즐거운 상상에 다른 것은 생각 할 수도 없다.
 
 
철수할땐 조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며, 긴장이 풀리고 체력이 소진되어 뻗어 버린다.
이러니 낚시 가서 다른 생각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10월 25~26일에는 추자도를 다녀왔다.
추자도는 제주도의 부속 섬으로 상추자와 하추자로 구분되어, 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며, 바다낚시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부속 섬을 거느리고 있는 곳이다.
 
 
인터넷 바다낚시의 회원들은 일년에 두 번 전국의 13개 팀이 모여 지역대항 낚시대회를 개최한다.
내가 속한 팀은 중서 팀으로 서산, 당진, 태안, 홍성 등 서해중부지역에 거주하는 낚시인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번이 2008년 5월에 이어 두 번째 낚시 대회였다. 
나는 중서 팀의 선수보다는 갤러리로 참여하여 볼락, 부시리, 참돔 등 횟감과 반찬용으로 아이스박스를 채워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혼자만의 꿈에 불과했다.
 
 
중서 팀의 인원도 얼마 되지 않거니와 대회에 참석할 선수도 본인이 빠지면 채울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즉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팀의 대표로 출전하게 되면 선수이며, 회원들과 친목을 다지기 위해 선수이외로 참여하는 것은 갤러리라고 한다.
 
 
갤러리도 낚시를 하게 되는데, 선수는 대회의 대상 어종만을 낚아야 하는데 반해 갤러리는 자유롭게 개인의 의사대로 낚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의 회원들은 갤러리로 참여하길 희망한다.
또한 선수는 팀의 명예가 걸려있어 힘들어도 쉬지 않고, 전투적으로 낚시에 임해야 한다.
 
 
장인어른의 생신이 10월 28일 이라서 25일 저녁, 장인 장모님 모시고 저녁 식사를 하려 했으나 낚시대회 일정과 겹치니 어디를 가야 할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집사람이
 
 
“ 당신 낚시 대회 가고 싶지? 아빠한테는 미안하지만 저녁식사 하는 날짜를 일주일 당겨서 하자고 얘기 할게 ”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 그래도 될까? ”
“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렇다고 얘기해야지, 당신 낚시대회에 못 가면 병 생길거 아냐? ”
이번 팀이프 지역대항 낚시대회는 이렇게 하여 참석하게 된 출조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또
그날 형제들이 낚시 가자고 의기투합이 되었다. 나를 빼고 큰형, 작은형, 동생이 시간이 맞아 여수권으로 출조한다는 것이다.
 
 
형제들과의 조행에 참석하라고, 몇 차례의 구애가 있었으나 팀이프 낚시대회가 선약이 된 것이라서 뿌리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이것은 추자도 낚시대회에서 우승 할 계시는 아닐까 혼자만의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되었다.
 

 
중서 팀의 낚시 선수는 팀장인 광성님과 여명, 까치, 그리고 본인 네 명 이었다.
금요일 밤 12시에 서산에 모여 내차에 짐을 싣고 완도 항으로 달렸다.
서해안을 타고 국도를 달려 완도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경이었다.
 
 
 
24시간 분식점에 아침을 먹으려 들어갔더니 이미 중원 팀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중원 팀과는 작년 농어낚시 할 때 같이 동행했던 형님들이 많이 있고, 중서팀과 중원팀으로 분리되기 전에는 같은 팀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인지 낯설지가 않고, 다른팀에 비해 정도 많이 간다.
 
 
 
아침을 때우고, 완도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하여 차에서 잠 자고 있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 어디십니까? ” 인터넷 바다낚시 사이트 운영자인 블랙러시안님 이었다.
“ 예 도착해서 터미널 앞에서 잠자고 있는데요. ”
“ 빨리 화물 선적하는 곳으로 오세요. 중서 팀만 안 왔습니다. ”
 
 
부랴부랴 화물선적하는 곳으로 가서 짐을 컨테이너에 싣고,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 보니, 팀이프 모자를 쓴 회원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중원 팀과 파이팅을 외치고, 시간이 되어 배에 올라탔다. 밤새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눈좀 붙여야 한다고 우리팀 네 명은 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좀처럼 잠은 안 오고, 오늘 성적이 어떨까? 어떤 채비로 해야 할까? 등등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인터넷 바다낚시의, 세상사는 이야기에서 활동하는 주주클럽 회장인 육지고래님과 깜바구님을 이런 자리에서 보니 더 반가운 마음이다.
 
 
깜바구님은 비장의 주력대인 삿갓조개와 거북손을 따는 칼 챙겨오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갑판에 나가 사진도 찍고, 선실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이 어느덧 추자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팀이프 운영진에 의해 각 팀의 팀장들이 3만원씩을 걷어, 대회 기간 중 최대어 한 마리로 돈 내고 돈 먹는 내기가 걸리게 되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팀장인 광성님이 3만원을 내었는데, 이것이 우리 팀으로 접수될지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추자도에 도착하여 하추차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곧바로 낚시대회가 시작되었다.
포인트 내리는 순서를 추첨하여 우리는 5번을 뽑았다. 그래서 여명님과 내가 내린 곳은 작은 보름섬이라는 곳이었다.
 
 
 
피싱스토리 낚싯배의 가이드는 우리가 내리기 전에
“ 오늘 내릴 포인트 중에 사장님들이 내리는 곳이 최고로 좋은 자리입니다. ” 라고 말하였다.
“ 현제 물이 쎄게 가니 2호찌로 전유동을 해서 백 미터 이상 흘려주면 고기가 물어줄 것입니다. ” 라는 조언도 해주었다.
 

 
한 마리를 잡아도 대물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2.5호 낚싯대에 6호 원줄을 새로 감은 4천 번 릴로 채비를 꾸렸다.
1.5호 구멍찌, 목줄 5호, 목줄에 0.5호 봉돌을 세 개 물린 전유동 채비인데 조류에 태워보내니 물 흐름도 좋고, 뭔가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얼마 후 입질이 왔는데 올려보니 대물 볼락이었다. 그리곤 입질이 없었다.
밑밥을 쳐보니 수면아래로 고기가 모이는 것이 보였다. 혹시 볼락이 아닐까 하고 민장대를 꺼내 담가 보았다.
곧바로 입질이 왔고, 올려보니 뺀찌였다.
 
 
 
“ 야 그게 전부 돌돔인가 보다, 형님 낚싯대 접고 민장대 들고 이리 오세요. ”
웃으면서 뺀찌 호황을 예감했으나, 그 뒤로는 전부 용치놀래미 였다.
 

 
다시 참돔낚시에 돌입했는데, 낚시 자리 앞에서 뭔가가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숭어가 입을 수면위로 내밀고 떼 지어 다니는 것처럼
“ 형님 저거 보입니까? ”
“ 어! 저거 부시리 같은데 ”
“ 그래요. 부시리라도 걸어서 손 맛 좀 봐야 겠네요 ”
 
 
 
라고 말하고 그쪽으로 채비를 날렸다. 그러나 뭔가가 입질을 하여 올려보면 빈 바늘이었다.
그러길 몇 차례, 그 무리가 바로 앞까지 왔는데 자세히 보니 줄무늬가 선명한 돌돔인 것이었다.
숭어가 그렇게 무리지어 다니는 것은 본적이 있어도 돌돔이 그런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흘리던 원줄이 당겨지는 느낌이 손가락으로 전달되었다.
스플을 닫고 힘차게 챔질 한 후 드디어 참돔을 한 마리 걸었구나 하고 릴링을 하는데 정작 올라온 것은 돌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