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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결혼식에 운동화 신은 아버지 / 아버지 순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오작교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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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는 평생 동안 혼자서 걷지 못하고 목발에만 의지해야 했다. 그런 아버지가 힘든 걸음마를 연습하기 시작했던 건 맏이인 딸의 결혼 이야기가 나올 즈음이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의족을 끼우더니 그날부터 줄곧 앞마당에 나가 걷는 연습을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무척이나 힘겨워 보였다. 한참동안 안간힘을 다하여 걸음을 내디딘 아버지는 땀으로 뒤범벅이 된 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땅바닥에 넘어지곤 했다.

 

   “아빠, 그렇게 무리하시면 큰일 나요.”

 

   결혼을 앞둔 딸이 아무리 만류를 해도 아버지는 애써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얘야, 그래도 결혼식 날 이 애비가 네 손이라도 잡고 들어가려면 다른 건 몰라도 걸을 순 있어야지.”

 

   딸은 아버지의 그런 모습과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그냥 큰아버지나 삼촌이 대신해 주기를 은근히 바랬다. 신랑과 그리고 시부모와 시가 친척들, 친구들에게도 의족을 끼고 절룩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버지의 힘겨운 걸음마 연습이 계속되면서 결혼 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왔다. 딸은 조금씩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정작 결혼식 날 아버지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시집식구들이 어떻게 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가운데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제일 먼저 현관에 유명 제품의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누구의 신발일까?’

 

   딸은 경황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긴 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결혼식장에서 만난 아버지는 우려했던 대로 아침에 현관에 놓여있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딸은 가슴이 울렁거렸다.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잠깐인데 구두를 신지 않으시고….’

 

   아버지는 딸의 손을 잡고 입장할 때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떠나는 딸에게 힘을 내라는 뜻인지 딸의 손을 꼬옥 잡았다. 딸을 신랑에게 인계하면서 돌아서는 아버지의 눈가에선 눈물이 흘렀다.

 

   ‘하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절룩절룩 걸어야 했던 그 길이 아버지에게는 얼마나 멀고 고통스러웠을까? 진땀을 흘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신부인 딸은 이런 생각과 함께 결혼식 내내 아버지의 하얀 운동화가 떠올랐다.

 

   ‘왜 구두를 안 신으시고 운동화를 신으신 걸까?’

 

   딸은 창피한 마음에 두 볼이 화끈거렸다. 딸은 결혼식이 끝나고 결혼식 사진을 받아든 후에도 선뜻 펴볼 수가 없었다. 딸은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 보고 싶었지만 사진 속에 있을 아버지의 운동화를 보면 마음이 울적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아버지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딸은 비로소 그 하얀 운동화를 선물했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딸의 손을 꼬옥 잡고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애야, 남편에게 잘 해라. 네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에 사실 난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남편이 매일같이 날 찾아와서 용기를 주었고 걸음 연습도 도와주더구나. 결혼식 전날엔 행여 내가 넘어질까 봐 푹신한 운동화도 사다주면서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얼마나 당부를 하던지…. 난 그때 알았다. 네가 참 좋은 남편을 만났다고….”

 

   “막상 아버지 곁을 떠나 시집을 가고나니 아버지의 사랑을 깨우쳤어요. 이제와 생각하니 결혼식 날 난생 처음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식장으로 입장하면서 아버지 팔이 그렇게 따뜻한 줄 처음 알았어요. 지금까지 그동안 왜 그렇게 팔에 매달려 어리광 피우며 다정하게 대해 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딸의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글 출처: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다(윤문원, 씽크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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